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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에 A. 포이실리아

‘ 아직 살 만한가 봐? ’

 

@eettaakk 님 커미션입니다

소시에 A. 포이실리아 (Socié A. Poecillia)

여자│23세 │155 cm│표준

 

 

상아를 겉도는 연옥軟玉빛 머리카락, 연옥燃獄의 불을 담은 홍채, 혈색 잃은 피부, 두 개의 점, 박제된 함소, 사라진 바닷바람 내음, 연초 냄새.

 

물속에 있는 것처럼 굽이치는 머리카락은 아무렇게나 방치된 모양새가 꼭 골자의 방종함을 모방하는 듯하다. 옅은 바람에도 쉽게 흩날리기 일쑤인 그것 가운데 종종 백색 끈이 나부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매듭 부근에 얽힌 푸른색 꽃반지는 몇 년이 지나도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다. 순박해 보이던 인상은 긴 시간동안 꺼풀 아래 갇혀 있던 눈동자가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파훼되었으며, 부쩍 희게 질린 얼굴에 내려앉은 것은 그린 듯이 박제된 웃음기뿐이다. 출신지를 가늠케 하는 적색 홍채가 파도같이 일렁일 때면 어디선가 쇠비린내가 나는 듯도 했다. 철이 녹아 붉어진 어느 바다를 몰고 오기라도 하는 양, 혹은 게헨나를 태운 불길을 복기하듯이.

 

차림새에 신경쓰지 않는 성정만큼은 변치 않아 보이는 대로 아무거나 주워 입었다. 선원들의 복장을 연상케 하는 외투는 체구에 맞지 않게 품이 넓은 반면 상의는 몸에 붙는 재질이고, 짧지 않은 반바지 아래로는 때묻은 흰색 군화가 정강이까지 올라온다. 가벼운 몸짓만큼이나 가벼운 걸음걸이는 어디에도 붙박이지 않는 뱃사람들의 망념에 가까워 도통 종잡을 수가 없다. 왼손 엄지에 낀 인어 꼬리 모양 은반지는 숫제 그 자리에 고정된 것처럼 몸에서 뺀 적이 없으며, 오른손목에 감은 팔찌를 이루던 조개 껍데기 중 몇몇은 세월에 풍화되고 바스라져 다만 빈자리를 화관의 꽃들로 채웠다.

 

보이는 곳부터 보이지 않는 곳까지 온몸에 잔흉이 졌다. 창상, 화상, 자상 등 종류도 다양해 어쩌다 저리 됐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 일부러 검게 칠한 것처럼 보이는 손톱 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가 고여 굳어 있음을 알 수 있고, 오른손에만 착용한 검은 장갑을 들추면 거뭇한 재와 뒤엉켜 군데군데 둥그스름하게 일그러진 손등이 보인다.

 

 

성격

격랑 / 횃불을 들고 연옥 위를 걷는 / 타륜을 놓친 선장

 

세상은 얼어붙었으나 그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는 여전히 파도가 친다. 그러나 그것의 갈피는 그 본인조차 알지 못하여 결국엔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적 격랑激浪이다. 암초에 몸을 부딪치고 도파의 낟알이 산산조각나 바스라지는 한이 있어도 충돌과 충동을 멈추지 않는, 물이 아니라 불에 가까운 어떤 훼손적 파고. 그래서 그는 때때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아버린 사람처럼 보인다. 이럴 때야말로 절실할 희망이며 용기, 믿음 따위가 부재하고 남은 빈자리에는 회의만이 들어앉아 그 작은 몸집을 한 데 짓누르고 있는 듯하며, 끝을 알 수 없는 타성적 예속은 끝내 그를 방종한 이로 변질시켰다.

 

상당히 즉흥적이고 즉물적이다. 사유하는 대신 발이 가는 대로 움직이며 몸이 따르는 대로 행동한다. 깊은 고민이 결여된 몸짓에 무게감이라고는 전혀 없어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그는 온몸에 기름칠을 하고 횃불을 든 채 겁화를 거니는 인간이며, 동시에 제 피가 묻은 칼을 핥는 극북의 늑대다. 애착과 집념이 거세된 삶은 다분히 기형적인 형체로 골자를 침강시키기에 이르렀다. 그것에 저항하지 않은 까닭은 미상불 그래야 할 이유를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타륜에서 손을 뗀 배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든 관여하지 않는다. 그는 제 삶의 완벽한 방관자다.

 

 

기타사항

1-1. 8월 17일생.

1-2. 몇 년 사이 애연가가 다 됐다. 종류를 가리지 않으나 주로 물고 다니는 것은 시가. 앞부분이 가느다란 어뢰 모양의 시가 여러 개비와 소형 시가 커터, 가스가 얼마 남지 않은 라이터를 항시 구비하고 다닌다. 시가는 상점에 방치된 것 혹은 폐허를 굴러다니는 담배케이스에서 주운 것들이 대부분이고, 하나같이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다. 

1-3. 상을 굴절시키는 물질을 묵연히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거울이 그러하고, 물이 그러하며, 사람의 눈이 그러하다.

1-4. 형이상학적인 생존 본능으로 말미암아 이 육신에 죽음이 허락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나서부터 행동에 걸려 있던 최소한의 제동이 완전히 풀려버렸다. 살갗에 새겨진 무수한 상처와 몸을 아끼지 않는 태도가 그 방증이며, 그를 이 생에 매어두는 것은 오직 타성적으로 잔존 중인 그 목숨뿐이다. 그는 더 이상 어느 무엇에게도 가치와 무게를 부여하지 않는다. 

1-5. 엠블럼을 통해 걸려오는 연락은 드문드문 받았으나 길게 이야기를 주고 받은 적은 없다. 2년 반 즈음부터 먼저 안부를 묻는 일이 생겼다.

 

 

아카데미에서의 5년간의 기록

 

14세 눈썹이 원래 모양대로 돌아왔다.

 

16세 한동안 작은 종이에 이것저것 끄적이는 듯싶더니 어느 날부터는 커다란 도면용지 위에서 컴퍼스와 자를 분주히 놀리기 시작했다. 선박유체역학이니, 소음진동론이니 하는 두꺼운 교재들을 옆에 펼쳐놓은 채 선을 긋고 지우길 반복하다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세 심각한 얼굴로 말없이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남들이 보기엔 티도 안 날 만큼 수정하고서는 그제야 개운하다는 낯을 짓길 여러 번. 2년 만에 완성된 골격 도면은 꽤나 그럴싸해 보인다.

 

17세 산책 도중 발을 헛디뎌 호수에 빠지는 사고를 겪었다. 바다와 부대껴 살아왔으나 단 한 번도 바다에서 수영해 본 적이 없어 지나가던 소피스트가 구해줄 때까지 물속에 가라앉아 있었댄다. 그런데 이 날을 기점으로 종종, 그러니까 잊을 만하면 자꾸 호수에 빠지는 사고를 겪곤 한다. 하필이면 근처에 보는 사람이 없을 때마다 그런 일이 생기니, 이 기묘한 불운을 염려하는 이들의 걱정 어린 시선이 따라와도 그저 넉살좋게 웃어 넘길 뿐이다. 글쎄, 물귀신이 붙었나? 하고. 감기에 걸리거나 다친 적은 없다.

 

 

 

그리고 5년간의 기록

 

19세 졸업 직후 북해에 있는 고향 섬으로 돌아가 2년 반 동안 두문불출했다. 엠블럼을 통해 들어오는 연락에는 불규칙적으로 답신하며, 통신 중 철강 부딪치는 소리나 용접 소리가 들리곤 했다. 

 

21세 연락을 받는 빈도는 변치 않았으나 아주 가끔은 먼저 연락을 넣어 적당히 안부만 묻고 끊었다. 더 이상 무언가를 만드는 듯한 소리는 들리지 않고, 다만 종잇장 넘기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몸 상태가 심히 좋지 않아 반 년간 일종의 회복기를 가졌다. 

 

22세 고향 섬 근처, 즉 북유럽 일대에 두껍게 얼어붙은 바다를 횡단하거나 내륙 곳곳을 방문하며 멸망한 세계의 일각을 순례했다. 목적이나 이유 없이 그저 타륜이 고장 난 배처럼 세상을 표류하고 있어 특별한 점이랄 것은 없으나, 그가 지나 온 항만 도시와 부둣가에 세워진 선박 중 어떤 것들의 경우 선체에 새겨져 있던 이름이 불에 그을려 지워져 있곤 했다. 누군가를 먼저 만나러 가는 일은 없으며 엠블럼 연락 빈도는 이전과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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